<나의 문어 선생님>-나의 생으로 들어온 낯선 존재에 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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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어 선생님>-나의 생으로 들어온 낯선 존재에 대한 기록

by 매일과 하루 2021.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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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Octopus Teacher-나의 문어 선생님

어느 날 나의 삶 속으로 들어온 낯선 존재에 대한 기록

-다큐멘터리(2020). 러닝타임:85분. 감독: 피파 엔리히&제임스 리드

 

바닷속을 유영하는 화면 위로 들리는 크레이그의 독백은 이 다큐의 내용을 축약한듯하다.

 

"A lot of people say that an octopus is like an alien. But the strange thing is as you get closer to them

you realize that we're very similar in a lot of ways. You're stepping into this completely different world, such an incredible feeling. And you feel you're on the brink of something extraordinary. But you realize that there's a line that can't be crossed. It's quite a long time ago now, that day when it all started."

-많은 사람들이 문어가 외계 생명체 같다고 한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당신이 이 생명체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인간과 닮은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전혀 다른 세계가 당신 앞에 펼쳐지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뭔가 특별한 세계에 속한 느낌과 동시에 넘지 못할 선이 존재하는 것도 깨닫게 될 것이다.  바로 이 모든 것이 오래전 그날 시작되었다.

 

줄거리

크레이그 포스터는 다큐 영화감독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외국에서의 장기체류와 높은 업무 스트레스 속에서 일과 가정 둘 다 제 역할을 해낼 수 없는 자신을 깨닫게 된다. 피폐해진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자연에서의 휴식이라고 생각한 크레이그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바닷가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바닷속으로의 잠수를 통해 크레이그는 점차 건강을 되찾고 그 속에서 놓았던 카메라를 다시 잡을 정도로 심신의 안정을 회복하게 된다. 잠수할 때 보게 되는 바닷속 풍경과 생명체들을 화면에 담던 어느 날  다시마 숲 속에서 촬영을 하던 그는 이상한 물체를 보게 된다. 자신의 몸에 알록달록한 조개껍질을 갑옷처럼 두르고 있던 이 기이한 생명체는 '문어'였는데, 문어와의 인상적인 만남은 크레이그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되고 크레이그는 매일  문어를 촬영하기로 맘먹는다. 매일 자신의 영역을 배회하는 크레이그에게 '문어'도 차츰 호기심을 갖게 되고 맘을 열게 되면서 둘 사이에는 그들만의 소통과 교감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교감의 경험은 자연과 동물을 바라보는 크레이그의 시각을 완전히 달라지게 한다. 다큐 감독이라는 직업으로 인해 항상 '관찰자'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카메라에 잡히는 '피사체'로만 인식하던 자연을 자신과의 감정의 교류가 가능한 '누구'로 인식하기 시작하며 자신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자연이 자신의 방식으로 소통해 왔음을 그리고 소통하려 했음을 인식하게 된다.

 

카메라의 시선- 존중의 방식에 대하여

300여일에 걸쳐 기록된 '그'와 '그녀'의 이야기는 어떤  다큐보다 사실적이다. 아름다운 바닷속 풍경과 함께 먹이사슬 위의 쫓고 쫓기는 비정한 순간도 기록되어 있다. 감독의 감정을 담고 있는 카메라의 시선 위로 선을 넘지 않으려는 감독의 아픔도 전해진다. 공감의 순간과는 별개로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크레이그는 잘 알고 있다.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 자연과 인간 사이의 선은 서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큐는 이야기한다.

 

나의 삶속으로 들어온 낯선 존재에 대한 소중한 기억

 자신의 인생이 흔들리던 시기 크레이그는 자신에게 다가온 독특한 존재를 만났으며

이 시간 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시각을 가진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 영화는 그 존재에 대한 기억이며 기록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로 자연계에서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축복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재앙일 수 있다.

먹이 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하고 있는 '인간'의 역할을 수행하며

우리는 자연에 대한 겸손을 쉽게 잊어버리고

우리를 둘러싼 많은 생명체에게 위협적인 존재로서 생의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인간이 만든 인공적인 환경 외의 다른 외부환경을 낯설거나 불편한 것으로 쉽게 치부해 버리고

그 힘의 정도가 얼마나 큰 폭력 임도 인식하지 못한 채 자연에 거대한 폭력을 휘두른다.

힘을 가진 자가 겸손해지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죽음까지 이르는 긴 시간을 긍정적이고 겸손한 자세로 살기보다

자연에 비하면 아주 미약한 힘을 가졌을 뿐인데도

군림하는 자세로 시간을 소모하는 인간이라는 역할이

과연 축복받은 역할인 걸까?

겸손과 자기반성을 잊어버린 나에게

무언가 작은 질문을 해 줄 수 있게 해 준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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