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모티브(leitmotif,주도동기, 유도동기)란? 바그너의 악극에서의 예시
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라이트 모티브(leitmotif,주도동기, 유도동기)란? 바그너의 악극에서의 예시

by 매일과 하루 2021. 6. 18.
반응형

라이트 모티브(leitmotif)란?

특정한 등장인물, 장소 혹은 아이디어와 관련된 "짧고 반복되는 음악적인 프레이즈"를 가리킨다. 이와 유사한 음악 용어로는 'idee fixe' 'motto theme'등의 용어가 있으며, 독일어의 'leit motiv'의 영어 표기로, 원래의 용어가 함유한 뜻 그대로 '주요 주제(leading motif)' '안내하는, 이끄는 주제(guiding motif)'를 의미하는데 이러한 원 뜻을 그대로 번역한 '유도동기 '주도 동기'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짧은 음악적 아이디어를 가리키며, 멜로디, 화음, 리듬 또는 이 세 가지 요소 모두를 반복함으로써 음악적인 '캐릭터'로 인식하게 할 수 있다.  특정 부분에서 중요성을 부가(장면 혹은 인물에 대한)하고 싶을 때 반복적인 음악적 아이디어를 재현하거나 특징적인 멜로디 라인을 등장시켜 '기억'되게 할 수 있으며 음악의 사운드가 '캐릭터적인' 성격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라이트 모티브'를 가리켜"음악 구조에서 주제의 정체성을 내포한 가장 작은 단위"로 표현하기도 했다.

 

 

 라이트 모티브의 특징

1. '특징적인 요소'가 내포되어야 한다

이러한 라이트 모티브는 리듬 , 화음, 오케스트레이션 등과 결합하여 변화할 수 있지만 변화된 이후에도 식별 가능한 특징적인 '정체성(최초 제시된 모티브의 특징적인 요소)'은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

2. 유연한 결합이 가능하다

극적인 상승이나 전환을 묘사하기 위하여 다른 '라이트 모티브'와 결합되어 사용되기도 했으며, 다양한 변환이 가능하다.

※이 기법은 특히 바그너(Wagner)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Des Ring des Nibelungen)"에서 특징적으로 쓰였지만 이것이 최초의 등장은 아니며 작곡가 자신도 '라이트 모티브'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라이트 모티브의 적용: 초기 형태와 바그너 &바그너 이후의 양상

라이트 모티브는 짧은 멜로디 일수도 있고, 화음의 진행일 수도 있으며, 혹은 간단한 리듬 일 수도 있다. 이러한 라이트 모티브의 등장은 전체 스토리를 일관된 흐름 속에서 상호 연관 속에서 묶이게 할 수 있으며, 작곡가는 '문자'의 도움 없이 스토리에 연관성을 부여할 수 있으며, 제시된 스토리에 또 다른 이야기를 첨가할 수 있다.

 

1. 17C 18C에 등장하는 '라이트 모티브'의 초기 형태

오케스트라 음악에서 '특징적이고, 짧으며, 반복되는' 모티브의 사용은 17C '몬테 베르디(Monteverdi)'의 "오르페오(L'Orfeo)"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8C 후반의 프랑스 오페라(Gluck, Grety, Mehul 등)에 나타나는 '회상 모티브(reminiscene motif)'가 '라이트 모티브'와 유사하게 사건의 초기를 복기시키는 장치로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사용이 광범위하거나 체계적인 양상은 아니었다. 

 

2. 낭만주의 시대의 오페라와 기악음악에서의 '라이트 모티브'

'베버(Weber)'와 같은 낭만주의 오페라 작곡가들에 의해 사용되었으며 반복되는 주제나 음악적 아이디어가 극 중의 특정 캐릭터와 연관되어 사용되었는데 비평가인 'Friedrich Wilhelm Jahns'rk '베버'의 작품을 설명할 때 '라이트 모티브'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했다.

'라이트 모티브'는 낭만주의 기악음악에서도 종종 등장하는데, 유사 용어로 분류되는 '고정 악상-idee fixe'이 '베를리오즈(Berlioz)'의 '환상교향곡(Symphony fantasique, 1830')'에서 등장하고 있는데 예술가의 집착과 강박 등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엄격한 의미에서의 '라이트 모티브'의 정의와 일치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베르디(Verdi)'의 여러 오페라의 '서곡(overture)'과 '프렐류드(prelude)'에서 이러한 예시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극 중 캐릭터의 성격을 묘사하거나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장치로 쓰이고 있다. "La forza del destino"에서는 'Leonora'가 죄책감이나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서곡의 주제가 반복되고 있으며, "Il trovatore"에서 'Azucena'의 아리아 주제는 공포와 파괴적인 복수를 호소할 때마다 반복되며 "Don Carlos"에서는 다섯 가지 극 중 행위와 관련되어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세 개의 '라이트 모티브'가 사용되고 있다.   

 

3. 바그너(Richard Wagner)

바그너는 '라이트 모티브'기법을 자신의 작품에서 가장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형태로 구현해낸 최초의 작곡가이다. 

그는 자신의 'Ring cycle'로 불리는 "니벨룽겐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1853'-1869')"의 4개의 오페라에서 특정 인물, 사물, 그리고 특정 상황과 관련된 수백 개의 '라이트 모티브'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라이트 모티브'는 하나의 오페라 스토리 안에서만 국한되어 사용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4개의 오페라 스토리 전체에서 반복되어 등장하고 있다.

 

바그너는 1851년 그가 쓴'Opera and Drama'라는 문장에서 이야기의 플롯에서 각각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요소들을 음악적인 드라마로 어떻게 잘 결합시킬 것인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으며 '라이트 모티브'의 사용은 이러한 자신의 문제제기에 대한 일종의 '답안'으로 선택된 음악 기법이었다.

하지만 바그너 자신이 직접적으로 이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는데, 작곡자 자신은 자신의 작품에 사용된 기법을 'Haupmotiv(주요 모티브, 1877')'라고 지칭했으며, 인용 형식("----, so called Leitmotivs")으로 '라이트 모티브'란 용어를 언급한 적이 있을 뿐이다.

 

 아래에 보이는 짧은 선율은 "니벨룽겐의 반지"의 4번째 오페라인 "신들의 황혼 (Gotterdammerung)"에서 프롤로그에 쓰인 '라이트 모티브'로 'horn call motif'라고 지칭하기도 하는데, 풍부한 음향과 넓은 음역에 걸쳐진 '오케스트레이션'과 더불어 '지크프리트'라는 영웅의 출현을 암시하고 있다.

바그너 신들의황혼 라이트모티브
바그너"신들의 황혼" 'horn call motif-라이트 모티브'

 

같은 "신들의 황혼 (Gotterdammerung)"의 1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앞의 'horn call motif'라고 이름 붙여졌던 '라이트 모티브'의 변형된 버전이 나타나는데, 반감 7화음의 아르페지오 음형과 함께  '지크프리트'를 살해한 '하겐'의 음산하고 사악한 시선을 묘사하고 있다.

 

horn call motif-라이트 모티브'의 변형
'horn call motif-라이트 모티브'의 변형

 

'라이트 모티브'는 음악적으로 부정적인 평가와 긍정적인 평가 양측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오늘날까지 전체적인 음악사적 평가를 본다면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며 그 의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프랑스의 작곡가 불레즈(Pierre Boulez)는 '라이트 모티브'의 음악적인 의의에 대하여 "바그너의 음악은 음악의 형식이 그대로 재현되고  반복되지 않은 최초의 음악이었다. 음악이 진행됨에 따라 주제의 요소를 새로운 방법으로 연결하고, 새로운 상황 속의 다른 관계 속에 위치하게 하며, 기대하지 않았던 의미의 새로운 면을 부각시키며, 음악적인 측면과 스토리의 극적 진행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로서 작용했다."라고 '라이트 모티브'에 대해 평가했다.

 

4. 바그너 이후

바그너 이후에도 라이트 모티브는 다른 많은 작곡가의 작품에서 사용되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는 자신의 오페라와 교향시(Symphonic poem)에 자주 이 '장치'를 사용하곤 했으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던 드뷔시(Debussy)도 자신의 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Pelleas et Melisande)"에서 '라이트 모티브'기법을 사용했고, 쉔베르크(Arnold Schoenberg)는 그의 '코랄(Choral)'작품인 "구레의 노래(Gurre-Lieder, 1911')"에서 복잡한 '라이트 모티브'를 사용했으며, 베르그(Alban Berg)도 오페라 "보체크(Wozzeck)"에서 이 기법을 사용했다. 이후, 현대 영국 작곡가인 버튼(Rutland Boughton)의 오페라 "The Immortal Hour"에서 '라이트 모티브'는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작품 안에서 끊임없이 반복되고 기억되기 쉬운 음조의 '라이트 모티브'의 사용은 오페라의 대대적인 성공에 기여한 주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리하르트슈트라우스 살로메 라이트모티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살로메"의 라이트 모티브

 

6. '아도르노'의 부정적 평가와 '라이트 모티브'의 쇠퇴

평론가인 '아도르노(Teodor W Adorno)'는 그의 저서 'Search of Wagner(1930')'에서 '라이트 모티브'의 전체 '개념(concept)'에 오류가 있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모티브'가 '감정의 전달'이라는 역할과 '음악적인 제스처'로서의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없으며, 이것은 '라이트 모티브'를 배치하는 기계적인 과정안에서  의도했던 감정적 내용 부분이 감소되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는데, 덧 붙여 바그너의 의도와 낙관적인 기대(라이트 모티브의 설계와 배치에 있어)가 청중들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정신적인 과정과 일치하지 않으며, 바그너가 살았던 시대에서도 대중은 '라이트 모티브'와 그들이 특징지은 어떤 '인물'사이의 조잡한 연결고리를 만들곤 했다(청중에 의해 일어나는 '오역')고 말하고 있다. 이후,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클래식 음악 작품에서 '라이트 모티브'의 사용은 예전과 같은 양상을 보여주지는 못했으며 조금 더 단순화된 형태로 다른 음악 장르인 영화음악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관객에게 쉽게 영화의 전체적인 방향을 인식하게 해주는 '장치'로써 음악적으로도 비교적 단순한 형태를 하고 있는데, 바그너가 설계했던 역할에 비해서는 더 단순화되고 퇴화된 형태로 쓰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7. '라이트 모티브(leit motiv)'와 '이데 픽스(idee fixe)'의 공통점과 차이점 & 특징

 

a. 둘 다 하나의 '음악적 아이디어'로써 어떤 성격, 감정, 위치 아이디어, 대상 등을 표현한다.

b. 둘 다 작품 전반에 걸쳐 주제적 변형을 동반한다.

c. '이데 픽스'는 베를리오즈(Berlioz)와 그의 "환상 교향곡(Symphony fantasique)"을 설명할 때 사용되는 개념이다.

d. 베를리오즈는 '이데 픽스'를 사용함에 있어서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명확히 지정한 반면, 바그너는 명확한 지정이 동반되지 않았는데, 이러한 의미에서 '이데 픽스'는 구체적인(고정된: fixed) 대상을 향한 것으로 '라이트 모티브'는 좀 더 넓은 영역(음악적인 변환, 성격적인 변환 등: 위에 제시된 'horn call motif' 경우 완전히 상반되는 캐릭터로 쓰임)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이해되었다.

e. 'motif'는 음악적인 아이디어의 최소 단위(cell)로 인식(ex. Beethoven symphony no.5의 시작음)되지만, '이데 픽스'와 '라이트 모티브'는 전체 프레이즈에 걸쳐 있거나 프레이즈 그룹에 걸쳐 있기 때문에 '주제'적 성격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되며, 이러한 역할에 걸맞게 'motif'보다는 긴 단위를 가진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