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티나토(Ostinato)-고집저음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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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티나토(Ostinato)-고집저음에 관하여

by 매일과 하루 2021.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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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티나토(ostinato)란?

어떤 일정한 음형을 악곡 전체를 통하여 혹은 악절 전체에 걸쳐 '동일한 성부'에서 '동일한 음높이'반복하는 것을 뜻한다. 베이스 성부 혹은 다른 성부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베이스 성부에 나타나는 이러한 음형을 가리켜 <basso ostinato>, <ground bass>, 또는 <ground>라고 부르며 <고집 저음>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1. 초기(중세)의 오스티나토-오스티나토 '패턴'의 등장

오스티나토 음형의 등장은 유럽의 중세 시기에 나타나는데, 초기의 모습은 13C의 모테트"Amor potest conqueri"의 테너 성부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가장 유명한  '오스티나토' 음형은 14C 영국의 캐논"Summer is icumen in"으로 멜로디 라인을 뒷받침하고 있는 '페스(pes)'로 불리는 베이스(bass)의 '오스티나토' 음형과 함께 '2 성부 캐논 형식'이 나타나고 있다.

Summer is icumen in
"Summer is icumen in" ostinato 

※'페스(pes)'는 'ostinato'와 동일한 뜻을 가진 명칭으로 중세 시대의 음악에서 쓰였다. 현대에서 쓰이는 동의어로는(클래식에서 쓰이는 '오스티나토' 외의 명칭으로) 대중음악에서 쓰이는 'vamp' 'riff' 등이 있다.

 

 중세 말기에 '기욤 뒤파이(Guillaume Dufay)'의 샹송 "Resvelons nous"에서도 '오스티나토'와 유사한 모습이 나타나는데 길이는 5마디에 그치고 있다. 주선율의 멜로디 라인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는데 반하여(자유로운 선율선과 함께 프레이징의 길이도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다) 낮은 2 성부는 '오스티나토' 음형이 캐논 기법과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Resvelons nous
"Resvelons nous" ostinato

 

2. 르네상스 말기와 바로크 시대의 '오스티나토'-'ground bass' 'basso ostinato'

이 시기에 나타나는 '오스티나토-ground bass/basso ostinato' 유형은 '베이스 라인'과 '화성 패턴'에 대한 변주곡적인 성격으로 등장하는 예가 많았는데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의 '잉글랜드'에서 유행했던 춤곡인 '샤콘느(Chaconne)'에서 이러한 성격을 잘 드러내 보이고 있다.

르네상스 말기의 작품으로 '오스티나토' 기법을 보여주는 유명한 작품으로는 'virginals(이 시기의 대표적인 키보드 악기)'를 위한 '윌리엄 버드(William byrd)'의 "The Bells"가 있는데, 여기서'오스티나토' 음형은 '2개의 음'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The Bells
"The Bells" ostinato

17C의 이태리 작곡가인 몬테 베르디(Claudio Monteverdi)는 오스티나토 음형을 사용한 곡을 다수 작곡하였는데 그의 오페라 작품과 종교음악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이러한 그의 작품 중 유명한 것은 '시편 122'를 사용한 "Laetatus sum"으로 '4개의 음'만으로 이루어진 특징적인 음형을 사용함으로써 '보이스 파트' '악기 파트' 모두와 대비되는 인상적인 오스티나토 음형을 보여주고 있다.

Laetatus sum ostinato
"Laetatus sum" ostinato

17C말, 헨리 퍼셀(Henry Purcell)은 자신의 '오스티나토' 기법으로 명성을 얻었는데 가장 유명한 '오스티나토'는 '반음계적으로 하행하는 음형'을 사용한 'ground bass'로 그의 오페라 "Dido and Aeneas"의 끝 부분의 아리아 "When I am laid earth(Dido's Lament)"에서 쓰였다.

When I am laid earth
"When I am laid earth" ostinato

※'Lament'에 관한 내용은  '테트라 코드' 포스팅을 참조하기 바람.

 

이러한 하행형의 반음계적 음형을 사용한 '정서/감정(pathos)'의 표현은 17C에는 보편적으로 쓰이던 기법이었으나 퍼셀은 선율과의 결합에서 '비전형적'인 방법(ground bass에 반하는 선율의 단위 분할, 가사의 단위를 우선으로 선율을 배치, 파격적인 화음의 사용 등등)을 사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적 표현을 이 아리아에 부여하고 있으며 가슴 아픈 이별의 정서를 성공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퍼셀의 이러한 독특한 작곡 방법은 그의 다른 오페라인 Dido's opening aria인 "Ah, Belinda"에서도 나타나는데, 보이는 바와 같이 4마디에 걸쳐진 '오스티나토' 음형과는 '다른 단위(가사의 단위에 충실한)'의 선율선을 배치하고 있다.

Ah, Belinda
"Ah, Belinda" ostinato

퍼셀(Henry Purcell)의 "Music for a while"에 나타나는 '오스티나토'음형이다.

 

 

Music for a while
"Music for a while" ostinato

 

퍼셀은 특징적인 음정 진행을 반복 사용한 '오스티나토'형을 사용하였는데 이러한 '오스티나토' 패턴은 후대의 작곡가의 작품에서도 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Fantasia" ostinato

아래에 보이는 것은 파헬벨(Pachelbel)의 '캐논'으로 위에서 보이는 '퍼셀'의 베이스 진행과 동일하다.

Canon
"Canon" ostinato

바흐의 작품에서도 이러한 유사한 베이스 '오스티나토' 음형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것을 주제로 '변주 기법'을 사용해서 곡을 구성하고 있다

Passacaglia ostinato
"Passacaglia" ostinato

베이스의 'ground bass'위로 당김음 형태의 특징적인 상성부를 배치하고 있다.

Passacaglia
"Passacaglia" ostinato 변주1

특징적인 당김음 리듬은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두 번째 단에서의 화음의 변화를 통하여 인상적인 '경과구'를 만들어내고 있다.

바하 파사칼리아 오스티나토 변주2
"Passacaglia" ostinato 변주2

'ground bass'의 사용이 베이스 성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으며 아래와 같이 상성부에서 나타나기도 하였다. 

바하 파사칼리아 높은음자리표 오스티나토 변주
"Passacaglia" 높은 음자리표의 ostinato 

3. 18C 후반과 19C

'오스티나토'는 18C 후반과 19C 초기의 많은 작품에 등장한다. 모차르트(Mozart)의 작품 "피가로의 결혼(Marriage of Figaro)"에서 쓰인 2막 마지막 부분의 '오스티나토'는 알마비바 백작이 그의 부인과 피가로를 속이기 위하여 헛된 시도를 하며 조성되는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로시니(Rossini)는 일명 '로시니 크레셴도(Rossini crescendo)'라고 불리는 유명한 '오스티나토'의 실례를 보여주는데 긴 악절에 걸쳐진 '오스티나토' 음형 위에서 점진적인 '크레셴도'가 만들어지며 클라이맥스의 솔로 보컬의 '카덴짜(cadenza)'까지 이어지는 이 기법은 극의 절정까지 이어지는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그의 '시그니처' 작곡 기법으로 여겨진다.

 

아래의 베토벤(Beethoven)의 스케르조(Scherzo)에서는 va. 와 vc. 는 '오스티나토'음형을 사용하여 1st. vn. 과 2nd. vn. 의 멜로디를 부각하고 있다.

베토벤 스케르조 오스티나토
"scherzo" ostinato

베토벤의 변주곡에 쓰인 '오스티나토' 음형을 분석한 것이다.

베토벤변주곡오스티나토
"32 Variation" ostinato

바그너(Wagner)의 마지막 오페라 작품인 "Parsifal"의 첫 번째와 세 번째 막에서 기사단이 숲 깊은 곳에서 성배의 전당까지 이어 통로를 지나가는 장면에서 '4개의 음으로 이루어진 종소리( '오스티나토')'로  'transformation music'이 구성된다.

바그너 파르시팔 종소리 오스티나토
"Parsifal" ostinato

브람스(Brahms)는 '오스티나토' 음형을 "Symphony no.4"의 '피날레(finale)'에서 그리고 "Variation on a Theme by Haydn"의 마지막 부분에서 사용하고 있다.

브람스바레이션 오스티나토
"Variation" ostinato

4. 20C의 '오스티나토'기법

드뷔시(Debussy)는 그의 피아노 프렐류드(Prelude) 작품인 "Des pas sur la neige"에서 중간 음역에서 출현하는(-베이스로 사용되지 않는)  '오스티나토' 음형을 보여주고 있다.

드뷔시 오스티나토
"Des pas sur la neige"

20C 이러한 '오스티나토' 기법을 성공적으로 구현해낸 작곡가로는 스트라빈스키(Starvinsky)를 꼽을 수 있는데 그는 '오스티나토' 기법의 사용을 통해서  '정적(static)'인 순간을 구현해 내고자 했으며 고전 작곡의 기본적 전제인 '발전'에 반하는 'anti development'를 구현해내고자 했다. 스트라빈스키는 이러한 '오스티나토'를 사용하여 일정한 리듬적 흐름을 흩트리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그의 3개의 현악사중주(Qurtet) 곡 중의 첫 번째 곡에서 서로 겹치며 일치하지 않는 3개의 반복 패턴을 설정해서 사용하고 있다. 32박의 선율 위에 3+2+2/4의 엄격한 패턴을 기본으로 설정한 마디를 배치하고 있으며 첼로의 오스티나토 음형에 의해 표시되는 기본 단위를 기반으로 각각의 모자이크 같은 조각들은 음악 전체를 관통하는 리드미컬한 흐름으로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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