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주는 여자-죽음보다 두려운 현실을 피하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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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주는 여자-죽음보다 두려운 현실을 피하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다

by 매일과 하루 2021.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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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주는 여자>(2016)

현실에 대한 답안이 죽음인 현실-잔인한 오늘을 마주하다

 

감독:이재용

영화아카데미 재학 시절 단편 <호모 비디오쿠스>로 샌프란시스코 국제 영화제에서 최우수 단편 영화상을 비롯하여 다수의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하며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 이후 이정재 이미숙 주연의 <정사>로 극영화 감독으로 데뷔했으며,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 <다세포소녀>(2006) <여배우들>(2009)등을 연출했다. 

 

출연진

주인공 박카스 할머니 '소영'역에 '윤여정', 같은 집에 세 들어 사는 성인 피규어 작가 '도훈'역에 '윤계상', 트랜스 젠더 집주인 '티나'역에 '안아주', 종로 공원에서 알게 된 노인 '재우' 역에 '전무송'등이 출연하고 있다.

 

시놉시스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매춘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할머니 '소영', 박카스를 건네며 '잘해드릴게'란 그들만의 은어를 구사하는 탓에 박카스 할머니로 불린다. '죽여주게 잘하는 여자'로 입소문을 타며 박카스들 중에서 인기가 높지만, 성병 치료차 들른 병원에서 우연히 목격하게 된 사건으로 뜻하지 않게 코피노 소년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올 정도로 인간적인 면면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트랜스 젠더로 이태원 바에서 일하는 집주인 '티나'와 다리가 절단된 장애인으로 성인용 피규어를 만드는 '도훈'은 한 집에 살고 있는 인물들로, 소외받고 외면받은 사람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그 속에서 '소영'도 나름의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우연히 만난 '재우'에게서 예전 단골고객이었던 '송노인'의 소식을 전해 들은 '소영'은 예전에 자신을 잘 대해줬던 '송노인'에 대한 기억으로 요양원까지 병문안을 가게 되는데, 뇌졸중으로 쓰러져 반 식물인간 상태였던 송노인은  자신의 현실을 비관하며 '소영'에게 자신의 죽음을 도와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이러한 송노인의 부탁에 고민하던 '소영'은 결국 송노인의 부탁을 들어주게 되고 이 일을 계기로 소영은 뜻하지 않게 연이어 노인들의 죽음을 도와주게 된다. 

 

 

영화 감상 포인트

사실적인 화면

종로 일대와 이태원 등지를 영화 촬영지로 선택- 이태원 대로변의 특유의 먼지에 찌든-세월이 내려앉은 듯한 오래된 골목과 주택 등이 화면에 잡히며 낡고 바랜 풍경이 주는 삶의 피로가 그대로 느껴진다.

기존 영화에서 기피하던 노인의 매매춘 장면을 사실적으로 영화 화면에 옮김-윤여정 배우가 촬영 당시 무척 힘들어했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보는 관객에게도 그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되는 듯하며 충격적이기도 하다.

 

밸런스가 좋은 연기

소재가 노인들이 얘기인 만큼 많은 노인 연기자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 밸런스가 훌륭하다. 먼저 '윤여정' 배우의 연기가 주인공으로서 그 중심을 잘 잡고 있고, '재우'로 등장하는 '전무송'배우는 노후라는 잔인한 현실 앞에서 무기력해진 노인의 캐릭터를 자신의 잔잔한 톤으로 잘 그려내주고 있다. 친한 친구도 알아볼 수 없을 '내일'에 대한 두려움에 죽음(자의와 타의의 결합)을 선택하게 되는 '종수'역의 '조상건'배우는 배우 자신의 특징적인 목소리 톤이 오히려 '종수'가 처한 현실을 더 비극적으로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며 강한 인상을 남기고, 오랜만에 화면에 모습을 보인 '세비로 송'의 '박규채'배우와 등장 만으로 강한 임팩트를 주는 배우인 '복희'역의 '예수정'배우까지 거쳐온 세월이 가져다준 연기자 각각의 색깔이 영화 화면으로 잘 옮겨지고 있다.

젊은 배우들의 연기에 더불어 노배우들의 깊이 있는 색깔들을 잘 음미해 보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하나의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감상평

뜻하지 않게 코피노 소년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돌봐주는 에피소드에서 알 수 있듯이 '소영'은 인간에 대해 기본적으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자신이 거쳐온 지난 세월의 곤궁함 속에서도 이러한 심성을 견지해온 탓일까 노인들이 처한 현실의 잔인함에 누구보다 공감하고, 한 번의 '도움'으로 끝나리라 생각했던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자신도 헤어 나올 수 없는 비극적인 현실에 발을 들이게 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느 순간에는 마주해야 할 '노년'이라는 현실이 너무 잔인한 탓에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힘들 수밖에 없는데, 더 잔인한 것은 이러한 현실이 나에게도 절대적 예외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잔인한 '노년'은 누구에게나 '사고'처럼 올 수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 보는 내내 맘을 불편하게 했던 원인이지 않을까 싶은데 알고 있지만 회피하던 우리에게 냉정한 답안지처럼 들이밀어진 영화 '죽여주는 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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