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실이는 복도 많지>-찬실이가 주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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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실이는 복도 많지>-찬실이가 주는 위로

by 매일과 하루 2021.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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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실이는 복도 많지>-인생이 피곤하고 지친 나에게 찬실이가 주는 위로

영화 소개

2019년 제작. 로맨스/코미디 영화. 러닝타임-1시간 36분

 주인공 '찬실'역에는 강말금 배우가, 약간의 백치미를 보이는 친한 영화배우 동생 '소피'역에는 윤승아, 러닝 바람으로 나타나 찬실이 주위를 맴도는 '장국영' 역에는 김영민, 주인집 할머니 '복실'역에는 윤여정 , 찬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단편영화감독 '영'에는 배유람이, 영화사의 '박대표' 역에는 최화정 등이 출연한다. 2019년 서울 독립 영화제와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했으며 2020년과 2021년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비롯하여 백상예술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등에서 신인 여자 연기상을 수상했다. 본토 부산 사투리의 다이내믹한 억양 위에서 엉뚱하기도 하지만 매력적인 찬실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강말금 배우의 연기는 매우 사실적이기도 하며 자연스러운데, 인생의 돌발적인 '사건'으로 길을 잃고 허둥대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의 방법으로 해답을 찾는 찬실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영화 줄거리와 등장인물

인생의 가장 좋았던 시기를 오롯이 영화가 좋아서 영화판에서 영화를 위해 살고 앞으로도 남은 생을 이렇게 살아가리라 믿었던 영화 프로듀서 찬실. 어느 날 영화 제작 고사까지 올린 후, 뒤풀이 자리에서 허망하게 감독이 사망한다. 자신의 커리어라고 믿었던  몇십 년의 시간과 노력은  감독이 죽고 난 후 하루아침에 유명무실한 경력이 돼버리고 찬실은 당장 생계조차 막막해진다. 궁여지책으로 친한 배우 '소피'의 집에 가사도우미로 일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런 와중에 '소피'의 집에서 마주친 단편영화감독인 '영'에게 뭔가 자꾸 맘이 설렌다. 사십이 되도록 결혼도 못 해보고 이번 생은 이렇게 폭망 하는구나 생각하던 찰나, 혹시 이것이 내 생에 주는 마지막 '희망'의 사인은 아닌 걸까? 그전부터 러닝 바람으로 눈 앞을 얼쩡대던 귀신 '장국영'에게 조언을 구하고는 용감하게 '영'에게 자기 맘을 고백해 보기로 하는데...  끊임없이 추락하는 것만 같았던 찬실에게 이 두 남자는 드라마틱한 인생의 전환점을 제시해줄 수 있을까?

 

 

이 영화의 내용은 감독인 '김초희'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반영된 것으로 실제로 김초희 감독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피디로 일했다. 홍상수 감독의 개인사로 인하여 한국에서의 영화 제작이 사실상 힘들어지자 실제 김초희 감독도 그간의 경력이 전부 유명무실해지는 경험을 했으며 이 시나리오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초희 감독이 써 내려간 것이다. 어느 인터뷰에서 영화판의 일을 정리하고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반찬 가게를 열 생각을 했다는 걸 보면 극 중 '찬실'의 얘기는 많은 부분 감독  자신의 실제 경험이 소재가 된듯하다. 감독과 주인공 역의 강말금 배우 두 분 다 부산이 출신지인 탓에 실제 억양이 살아 있는 부산 사투리는 영화에서도 사실적으로 재현되며 영화에서 찬실의 캐릭터가 두드러져 보이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고 언제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이러한 생각과 무관하게 내 인생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누구도 의연할 수 없다. '운칠기삼'이니 꺾어진 내 인생을 누구 탓을 하겠냐 만은 감독에게도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사건'은 충격이 컸던지 영화 초입에서 영화의 감독을 허망하게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하게 만들어 놓는다. 그 와중에 영화판에 안녕을 고하고자 하는 자신의 맘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았던 '장국영'이 러닝 바람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출몰하는데 애증의 대상인 영화를 상징적으로 축약시킨 인물로서 능청스러운 등장 장면과 함께 둘이 주고받는 근원을 알 수 없는 대사는 영화를 색다르게 즐길 수 있게 하는 코미디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이런 코미디스러운 인물 외에 찬실이가 세 들어 사는 주인집 할머니는 현실에 발 붙인 인물로, 내일 또다시 내 앞에 들이닥치는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현실은 그러하다"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무심한 듯 하지만 옆방에 세 들어 사는 찬실에게 따뜻한 맘 씀씀이를 보여주는데, 그렇기 때문일까 특유의 덤덤한 목소리로 읊어 내려가는" 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라는 문장은 훨씬 더 많은 감정을 관객에게 들려준다. 이번 생은 폭망 한 것 같은 찬실이의 주변에는 특유의 백치미로 찬실이를 화나게도 하지만 찬실에게 의리를 지키는 베프로 '소피'가 있고 영화판을 떠나고 싶지만 찬실이가 지칠 때 나타나서 응원을 보내는 영화판의 '후배'들이 있다. 인생에 지치고 힘들지만 인생을 겪고 나서의 원숙한 인간미를 보여주며 인생은 그러함에도 '생존하고 견뎌내고 살아가야 함'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주인집 할머니까지, 찬실에게 보내는 사람들의 위로를 보며 우리도 위로받는 것은 아닐까.

 

이 영화는 영화를 좋아했던 그 나이의 사람들이 '보물찾기'속 숨겨 놓은 보물처럼 알아챌 수 있는 몇몇 장면이 있다. 테이프에 녹음되어 있는 정은임 아나운서의 라디오 프로그램 목소리와  정성일의 영화 평론, 아비정전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장국영이란 인물의 설정,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집시의 시간의 마지막 스틸 컷 등등, 지나간 시간을 뒤적이며 마음 아려오는 경험과 함께 오늘 내 인생의 어딘가에서 길을 잃은 듯한 나에게 찬실이가 보내는 위로를 한 번 들어보시길!

 

※현재 넷플릭스에서 상영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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