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민스키 메서드(The Kominsky Method)
<빅뱅이론>의 제작자 겸 작가였던 척 로리가 기획 총괄 제작을 맡아 제작한 미국 시트콤 드라마이며 시즌1로 골든 글로브 상을 수상했다. 전체적으로는 시트콤적인 설정과 전개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두 주인공의 시니컬한 대사와 사실적인 묘사가 과장된 어조의 기존의 시트콤과는 다른 톤을 보여주며 노년에 맞이하게 되는 다양한 감정과 생활의 변화들을 때론 사실적으로 때론 재미있게 리듬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시즌1의 첫 화를 보면 두 할아버지가 레스토랑에서 시트콤 캐스팅에 대해 '티키타카'를 주고받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이 드라마(코민스키 메서드)의 제작자가 사실은 '빅뱅이론'의 제작자라는 것 그리고 이 드라마도 '시트콤'이라는 점을 그 대사에 대입시켜보면 더 재밌게 그 장면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할리우드에서 연기코치를 하며 'The Sandy Kominsky Studios of Acting'이라는 이름의 연기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코민스키(영화의 제목인 '코민스키 메서드'는 이 이름에서 유래했는데 실제 원어민에게는 너무 무거운 어감의 제목이라 내용이 오해될 수 있는 소지가 있고? 이 시트콤의 흥행에도 영향을 끼친 바 있다는 '설'도 있음)와 그의 에이전트이자 친구인 노먼 두 절친 간의 이야기이다.
1. 주연 배우-마이클 더글러스와 앨런 아킨
먼저, 극 중 코민스키 역을 맡은 마이클 더글러스는 애드리언 라인 감독의 <위험한 정사, 1987>, 샤론 스톤 주연의 <원초적 본능, 1992>, 올리버 스톤 감독의 <월 스트리트, 1987><월 스트리트:머니 네버 슬립스, 2010>, 넷플릭스 제작의 <앤트맨, 2015> 역시 넷플릭스가 제작한 스릴러 영화인 <더 리치, 2014>등에 출연해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보인 바 있는 명실상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유명 배우이다.
코민스키의 절친 노먼 뉴랜드 역에는 앨런 아킨이 열연하고 있는데 극 중에서는 샌디의 매니저였으며 할리우드의 메이저급 에이전시를 경영하는 인물이다. 앨런 아킨은 <미스 리틀 선샤인>에서 괴팍한 할아버지 역을 연기하며 오스카 남우 주연상을 수상했으며 2013년 오스카 작품 수상작인 스릴러 <아르고>, 그리고 최근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원더랜드>에 이르기까지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활발한 황동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이다.
연기 내공이 대단한 두 배우답게 할리우드의 산전수전을 겪어낸 '절친'으로서 그리고 마주하는 '현실 문제'사이에서 서로에게 던지는 신랄한 충고와 유머는 이 시트콤에서 긴장과 재미를 제공하는 핵심 요소이며 두 노배우의 시니컬한 대사에서 기존의 시트콤과는 다른 쿨한 웃음을 맛볼 수 있다.
2. 밀도 높은 구성과 빠른 전개
매회 드라마의 길이는 30분 안팎이며 그 안에 다양한 인물들과의 에피소드가 설정됨으로써 빠른 극 전개를 보여준다. 재미있는 대사에 귀 기울이다 보면 한편 한편이 끝나고 어느새 한 시즌을 통째로 정주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시즌1의 첫 화를 보면 중심적으로 극을 이끌어 나가는 주요 인물들과 함께 각각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인상적인 장치'들이 등장하는데 두 절친의 캐릭터 설정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배치되어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샌디의 '잭 다니엘+다이어트 닥터 페퍼 위드 스트로' 그리고 노먼의 정장 차림
두 절친이 자주 약속 장소로 이용하는 레스토랑에서 '샌디'가 주문하는 독특한 '술'은 마이클 더글러스가 분한 '샌디'라는 인물의 독특한 취향과 괴팍한 성격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장치이다. 샌디는 정말 '잭 다니엘 온 더 락 +다이어트 닥터 페퍼(거기에 스트로까지 더해서!)'라는 기괴한 조합의 메뉴를 일편단심으로 시즌2까지 일관되게 주문하는데, 변비에 좋은 내용물이라 추가하는 닥터 페퍼와 함께 탄생된, 타인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이 독특한 주문 취향 만으로도 샌디라는 인물을 드러내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샌디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노먼은 툭툭 던지는 시니컬한 대사가 정말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인물인데 입바른 소리는 못하며 직접 화법의 문장은 한 번씩 무례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똑 떨어지는 그의 성격은 그의 옷차림에서 잘 드러나는데 아픈 아내를 간호하는 자신의 집에서까지 그는 정장 차림을 고수한다.
아빠 같은 딸을 가진 샌디와 원수 같은 딸이 있는 노먼
자식과의 관계 설정도 상반되는 두 절친의 성격을 대비되게 드러내고 있는데-철없는 아빠 옆에서 일찍 성숙한 샌디의 딸과 완벽주의자인 아빠와 지적이고 천사 같은 엄마 옆에서 유일한 부부의 문제였던 노먼의 딸까지- '샌디'의 옆에는 아빠보다 더 아빠 같은 그의 딸이 샌디를 도와서 '연기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반면 노먼의 딸은 평생 노먼과 그의 아내 아일린을 괴롭힌 '문제적 자식'이었다. ,
현실판 바람둥이 샌디와 일편단심 아내만을 사랑한 노먼
노먼은 그의 아내 아일린을 평생 사랑했으며 죽음을 앞둔 아일린의 병상 옆에서 잠을 잘 만큼 그녀를 사랑한다.
하지만, 샌디는 지금도 스튜디오에 온 학생이랑 '새로운 썸'을 타고 있으며 바로 전 '애인'과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3. 노년에 대한 사실적이지만 경쾌한 터치의 묘사
인간은 나이가 들고 노쇠해지며 육체의 사그라듬과 함께 오는 죽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닿게 되는 종착지점이다. 하지만 하루는 부산스럽고 빠르게 흘러가고 종종걸음을 쳐야 하는 매일의 일상 속에서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노년이라는 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영화에서나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죽음'은 언제나 너무 거대하거나 너무 남의 이야기라서, 철학적인 문제였거나 객관적인 상황(타인의 죽음)의 모습으로만 죽음을 인지했던 나에게도, 어느 날 노쇠해진 어깨 위에서 '인제 너의 어깨 위에 내가(죽음이) 도착했다'라는 신호가 들려올지도 모를 일이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고민 같은 것은 하지 않고 오늘을 즐기는 것 같은 샌디도 두려운 것이 있다. '죽음'이다. 그래서 그는 아픈 지인들의 병문안은 절대 가지 않는다. 매번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댔지만 샌디의 보호자 같은 딸은 자기 아빠의 이러한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첫 화의 에피소드에서 이런 문제에 대한 언쟁이 붙으며 '아일린'의 병문안을 가지 않는 아빠에게 딸은 샌디가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직접적으로 말한다. 그 뒤 샌디는 딸의 말을 부정하며 이렇게 말한다-
"Yes, I'll admit to fearing a violent death, terrorism, tsunamis, what have you but, natural death? from old age?
No. No, not at all. I see that as my next great adventure"
(-그래, 내가 폭력적인 죽음이나 테러, 쓰나미 같은 건 무서워한다고 인정하겠어, 근데 죽음? 나이가 들어서 죽는 그런? 아니, 아니 전혀. 난 그걸 다음 단계의 멋진 모험 정도로 생각해)
---------------------------And let us not forget that I will live in my work... in my students. That's how I cheat death
(나는 내 작품 속에서 내 학생들을 통해 살아남을 거야, 그렇게 죽음을 피할 거야)
--라며 자신에게 외치는 샌디를 통해 어느 날 나이가 들어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죽음'과 '이별들'에게 외칠 수 있는 나만의 답안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댓글